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줄거리

2018. 3. 21. 16:53서평, 독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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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마취시켜 데려온 표범이 15일 동안의 긴 단식을 풀고 드디어 소고기를 게걸스레 먹기 시작할 때, 반년 이상 먹지 않던 아나콘다가 따뜻한 온탕 목욕탕을 만들어 주었더니 한참 온욕을 한 후 마침내 닭을 몸으로 감고 조이기 시작할 때 느끼는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갓 태어난 강아지가 미동도 하지 않기에 입안 가득 코를 물고 양수를 쪽 빨아냈더니 깨갱 하는 소리와 함께 발그레하니 살아나는 순간, 쓰러진 사슴에게 10분동안 온 힘을 다해 심장 마사지를 했더니 다시 사슴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던 순간의 그 기쁨이란! 꽥꽥 악만 쓰던 앵무새가 어느 날 내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 올 때도 그렇다. 비록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지만 내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다.

-최종욱 수의사님께서 수의사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p.90)

 우리가 천하게 생각했던 도부... 이 책을 통해 그들에 대한 인식이 360도 바뀌었다. 수의사도 언젠가는 도축업소에서 일해야 하는 날이 무조건 온다. 일하던 어느 날, 수의사 선생님은 아주 특별한 소가 들어왔다고 했다. 바로 임신 말기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소로서는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은 큰 재앙이다. 사람처럼 깁스를 할 수도 없을 테니까.

결국 수의사는 극소마취를 한 뒤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송아지가 나왔다! 그런데 도부들이 송아지를 데리고 가서 씻기고, 초유를 주고, 편안하게 잘 대해 줬다. 물론 수의사도 그들이 자신보다 소에 대해서는 한 수 위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두었다.

이제 남은 건 깔끔한 송아지 한 마리 뿐이었다.

그들은 흰 앞치마에 피가 튀어 있는 험악한 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어도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별의별 동물들을 많이 봐온 수의사. 만에 하나 내가 수의사가 된다면[돈<생명]이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에 열심히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업의 귀천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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